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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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습니다
한정일
몰랐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오늘 내가 연락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이 '내가 당신을 위해 하기를 바라시는 그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내가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생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면서 그렇게도 수없이 거울 속의 내 얼굴이 얼마나 깨끗한 지 들여다볼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이 보시는 내 마음의 얼굴이 얼마나 깨끗한 지 들여다볼 줄은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이 밥을 먹어야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의 생명의 말씀이 내 삶 전체에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 지를 생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길을 나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을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이 내가 눈 뜰 때부터 나와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고 나와 안부를 묻고 싶어하신다는 것을 생각할 줄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오늘 하루, 내 남편과 내 아내, 그리고 내 아이들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열심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조차 할 줄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친구들과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서 '오늘은 어떤 반찬을 먹을까?' '오늘은 무슨 메뉴로 점심을 먹을까?' 고민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께서 '오늘은 어떤 기쁨을, 어떤 위로를 준비할까?' 하고 나를 위하여 항상 고민하고 계신다는 것은 기억할 줄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해가 뜨면 뜨거운 햇빛에 얼굴이 탈까봐 투덜거리고, 비가 오면 또 비가 온다고 그 비를 지겨워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이 장마에 고개 숙인 농민들의 마음과, 목욕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없어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촉촉히 적셔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신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동료들과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웃고 즐거워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이 얼마나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시는 지, 얼마나 나와 함께 웃고 즐거워하고 싶어하시는 지를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저녁에 되어 친구들과 헤어지며 내일의 약속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보고 싶던 가족들을 만나면서 행복해 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에 대해서는 당신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쉬워할 줄도,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그리워할 줄도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늘 같은 날 근사하게 외식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이것을 먹고 살이 찌면 어떻게 하나?' 하고 불평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이 쌀이 없어 끼니를 굶고, 밥을 먹지 못해 굶주리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계시다는 것은 기억할 줄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내일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나의 하루를 정리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과 나는 오늘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내일 나는 당신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당신과의 하루를 정리할 줄은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밖에서 떠드는 소리에, 시계소리에 잠을 잘 수 없다고 불평을 할 줄은 알면서도,
하느님 당신은 내가 잘 잘 수 있도록,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잠든 나의 옆에 앉으셔서 밤새도록 자지 않고 나를 지켜주신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나는 나의 생각과 나의 일과 나의 사람들과 나의 계획과 나의 고민과 나의 기쁨과 나의 아픔과 나의 모든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하느님 당신의 당신이 아닌 나의 모든 것을 나와 함께 생각하며 당신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나와 함께 살아가고 계시다는 것을 나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그러하시듯 나 역시도 당신만을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항상 내 옆에서 나만을 바라보고 계시다는 것을 나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나만을 사랑하신다는 것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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